☆천상의소리太乙呪

뇌 구조도 바꾸는 명상의 힘!

예언 전문가 2012. 12. 10. 14:21

뇌 구조도 바꾸는 명상의 힘!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에세이(5)

요일인 지난 10일 오전 10시 반 서울 마포 불교방송 건물 내 법당에는 인파 수백 명이 몰려 방석

을 놓을 자리가 없었다.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다소 마른 체형인 초로의 서양인이 연단에 나타났다. 이날 강연을 해줄 미국 매사추세츠 의대 존 카밧진 명예교수다.

올해 68세인 카밧진 교수는 1979년 매사추세츠 의대에 스트레스 완화 클리닉을 열고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완화(MBSR)’ 프로그램을 시작해 종교인의 전유물이었던 명상을 치유행위로 도입, 현대 서양의학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큰 역할을 한 인물이다. 최근 출간한 책이 한글로 번역된 걸(‘존 카밧진의 처음 만나는 마음챙김 명상’) 계기로 방한해 10여일을 머물렀다.

▲ 신간의 한국어판 출간을 계기로 방한한 미국 매사추세츠의대 존 카밧진 명예교수는 지난 10일 마포 불교방송 내 법당에서 ‘마음챙김과 심신치유’를 주제로 특강을 했다. ⓒ강석기

명상을 속계로 끌어내린 카밧진 교수는 1993년 PBS에서 방영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치유와 마음’이라는 특집프로그램에서 소개된 뒤 유명해졌고 미국에는 현재 200곳이 넘는 의학센터와 클리닉에서 MBSR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여러 나라에 MBSR이 활발히 소개되고 있다.

1979년 명상치유 프로그램 개발

‘마음챙김(mindfulness)’이란 ‘지금 여기(here and now)’로 표현되는 명상법이다. 현대인의 심신을 병들게 하는 스트레스가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에 사로잡힌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한 카밧진 교수는 사람들의 마음을 지금 여기에 머무르게 하는 게 치유의 길이라고 보고 명상과 요가를 통해 마음을 다스리는 8주짜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MBSR(mindfulness-base stress reduction)이라고 이름지었다.

카밧진 교수는 강연에서 불교의 사성제(四聖蹄) 즉 ‘고집멸도(苦集滅道)’를 의료과정으로 비유해 설명했다. 즉 고통이 있다(苦)는 사실은 스트레스가 있다는 진단이고 번뇌(集)는 스트레스의 원인, 해탈(滅)은 스트레스을 치유한 상태이고 수행(道)은 스트레스를 치유하는 방법, 즉 마음챙김이라는 것이다.

선불교에 심취했던 카밧진 교수는 불교가 낯선 서양인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이런 변용을 고안해냈다고 한다. 흥미로운 건 마음챙김으로 번역되는 mindfulness가 의미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는 단어라는 것. 즉 영어의 mind는 ‘마음’보다는 ‘정신’에 가까운 개념이기 때문에 여기에 heartfulness를 더해야 그가 뜻하고자 하는 마음챙김, 즉 한국인에겐 익숙한 마음의 개념이 된다는 것. 원어보다 번역어가 뜻을 더 정확히 나타내는 셈이다.

사실 카밧진 교수는 1971년 명문 MIT에서 분자생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과학자다. 그의 지도교수는 제한효소를 발견해 1969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살바도르 루리아 교수다. 그래서인지 카밧진 교수는 MBSR의 임상 효과에 만족하지 않고 그 메커니즘을 밝히는 연구를 병행해(주로 신경과학자와 공동연구를 통해) 명상의 뇌과학 연구에도 기여했다.

강연에서 카밧진 교수는 “최근 연구결과 명상은 뇌의 활동 패턴에 변화를 줄 뿐 아니라 뇌 구조 자체를 변하게 함으로써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카밧진 교수가 언급한 연구결과들을 포함해 최근 명상의 과학적 효과를 다룬 논문들이 말 그대로 ‘쏟아지고’ 있다.

뇌 백색질 두꺼워져

지난 2010년 미국 오리건대 심리학과 마이클 포스너 교수팀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명상이 뇌구조까지 바꾼다는 놀라운 발견을 보고했다. 4주 동안 명상을 실시한 결과 앞쪽 대상회피질의 백색질 부위가 두꺼워졌다는 것. 대상회피질은 자기조절에 관여하는 영역으로 이 부분에 문제가 생기면 충동성이 커지고 심하면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당시 연구교수로 실험을 주도했고 얼마 전 텍사스텍에 자리잡은 탕 이유안 교수는 포스너 교수와 함께 지난 6월 26일자 ‘PNAS’에 명상이 백색질 구조를 바꾸는 메커니즘을 제안한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명상을 하면 뉴런에 뻗어있는 엑손(축삭)이 더 많아지고 지름이 커진다. 또 엑손을 둘러싼 미엘린도 더 두꺼워진다고. 미엘린은 축삭을 보호하는 절연재로 미엘린이 두꺼워지면 신경신호가 안정되게 더 빨리 전달될 수 있다. 결국 명상을 통해 자기조절에 관여하는 부분의 신경이 더 강화되고 안정화됨으로써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 명상은 자기조절에 관여하는 부위인 대상회피질의 백색질의 구조를 바꾼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명상을 하면 엑손 수가 늘어나고 굵어지며 미엘린도 두꺼워 져 안정적이고 빠른 신경신호전달이 가능해진다. ⓒ사이언스

지난 달 학술지 ‘인간신경과학새영역’에는 명상의 유형에 따라서 정서를 처리하는 과정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도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실렸다.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과 보스턴대 공동연구진은 8주 동안 한 집단은 마음챙김 집중명상(호흡이나 생각, 정서에 주의하고 알아차림으로써 ‘지금 여기’에 머무르는 능력을 키우는 수행법)을, 다른 집단은 자애명상(자기나 남에 대해 친절함과 동정심을 발휘하는 수행법)을 실시했다.

그리고 수주 뒤 위의 두 그룹과 명상을 하지 않은 대조군을 대상으로 긍정적이나 부정적 또는 중성의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뇌의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를 얻었다. 그 결과 정서에 반응하는 뇌부위인 편도체의 활성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즉 집중명상을 실시한 사람들은 모든 사진에 대해서 오른쪽 편도체의 활성이 대조군에 비해 더 낮았다. 그만큼 정서적으로 안정됐다는 뜻이다.

반면 자애명상을 한 사람들은 긍정적이나 중성의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사진에 대해서는 오른쪽 편도체의 활성이 낮았으나 부정적 이미지에 대해서는 오히려 더 높게 나타났다. 즉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사진을 보고 정서적으로 더 강하게 반응한 것으로 자애심이 더 많이 나왔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명상이 뇌의 정서 처리 과정에 지속적인 변화를 일으켜 명상을 하지 않을 때에도 차이가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밧진의 스승은 숭산 스님

‘존 카밧진의 처음 만나는 마음챙김 명상’ 한국어판 서문에서 카밧진 박사는 젊은 시절 열정적으로 명상을 수행하여 수행의 깊이가 깊어지는 데 한국의 참선이 큰 영향을 줬다고 쓰고 있다. 즉 1974년 숭산 스님을 만나 가르침을 받아 진정 깨달음의 세계를 알게 됐다는 것.

1927년 평안남도 순천에서 태어난 숭산 스님은 1947년 20세에 출가했고 1966년부터 30년 동안 30여개 나라에서 한국의 선불교를 알렸다. 2004년 77세로 입적한 숭산 스님은 달라이 라마, 틱낫한, 마하 고사난다와 함께 세계 4대 생불(生佛)로 불렸다.

당시 서른 살로 브랜다이스대 생물학과에서 분자생물학을 연구하던 카밧진 교수는 숭산 스님의 가르침을 받고 “이 세상에 지혜와 자비가 늘고 고통이 줄어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창조적인 일”에 대해 수년간 숙고한 결과 1979년 매사추세츠대학 의료 센터에 스트레스 완화 클리닉을 열고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한다.

▲ 카밧진 교수는 자신의 이름 ‘Jon’이 ‘잔’으로 불리기를 원했지만 외래어 표기법과 기존 출간 도서에서 이미 ‘존’으로 쓰고 있어서 이번 신간에서도 ‘존 카밧진’으로 썼다고 한다. 카밧진 교수는 숭산 스님의 제자다.

카밧진 교수는 자신이 대담하게 결심하고 이런 일을 하게 된 것은 거의 대부분 “마음으로 분별하지 말고 직접 나아갈” 것을 강조한 숭산 스님의 영향이라고 고백했다. 오늘날 과학의 ‘보조’를 받으며 전 세계에 퍼지고 있는 명상치유의 뿌리에 우리나라의 숭산 대선사가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 kangsukki@gmail.com" target=_blank>kangsukk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