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 문명

<한국 신화 기행> 3의 비밀을 찾아서

예언 전문가 2013. 12. 14. 14:07

<한국 신화 기행> 3의 비밀을 찾아서

‘옛날 옛적 딸 셋이 있는 집에 상머슴이 하나 들어갔는데, 이 상머슴을 두고 큰딸은 옷 떨어졌다고 구박하고, 둘째딸은 머리를 안 빗는다고 구박하지만, 막내는 옷이 떨어지면 기워주고, 머리가 헝클어지면 빗어줘.’

셋째딸의 승리는 우리에게 매우 자연스럽다. 맏딸이 승리하는 민담이나 전승이 없지 않으나 우리는 어떻게 된 셈인지 맏딸의 승리에 박수를 보내는 데 인색하다.

‘삼()국유사’가 전하는 짤막한 단군신화는 온통 ‘3’의 향연이다.

…하늘님이 몸소 삼(!)위태백산을 굽어다 보니… 아들에게 천부인 세(!) 개를 주어… 환웅은 무리 3(!)천을 이끌고… 바람 맡은 이, 비 맡은 이, 구름 맡은 이, 이 셋(!)을 거느리고… 곰은 삼(!)칠일, 곧 스무하루를 삼가 사람의 몸을 얻고….

(황해도 구월산 삼성전에 모셔진 환인, 단군, 환웅의 초상화(왼쪽부터)


삼위태백(三危太伯)의 ‘위’에 대해서는 중국의 산 이름 앞에 붙는 관형사라는 설명을 비롯, 여러가지 해석이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일연 스님이 하늘님을 명백한 인도 이름인 ‘인드라(환인·桓因)’로 부른 만큼 힌두 신화와 관련지어 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 같다. 대승불교는 인간 세상의 고통을 ‘업(業)’ 혹은 ‘위(危)’라고 한다. 그렇다면 ‘삼위’는 ‘삼업’, 즉 사람들이 세 가지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인간 세상’이 될 것 같다. 아무래도 ‘인간 세상’을 규정하는 규정어일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규정어여야 하늘님이 인간 세상을 ‘널리 이롭게(홍익·弘益)’해주고자 한 까닭에 대한 설명이 된다. 그래서 하늘님이 아들에게 준 것이 천부인 3개다. ‘3’은 환웅이 거느리는 세 신하, 즉 바람 맡은 이, 비 맡은 이, 구름 맡은 이에서 고스란히 변주된다. 이들이 누구일까. 하늘님, 즉 환인이 힌두 신화의 ‘인드라’인 것에는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삼위’가 힌두 신화에서 발전한 불교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위의 전제에서 위태롭게 한 걸음 더 나아가 본다.

세 개의 천부인, 그리고 각각 바람과 비와 구름을 맡은 환웅의 세 신하는, 인드라 신의 삼지창(Trisula)과 무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인드라는 빛의 신인 동시에 폭풍의 신이기도 하다. 인드라의 삼지창 세 갈래는 각각 창조·유지·파괴를 상징한다. 힌두 신화에 등장하는 시간의 신 시바의 삼지창 세 갈래는 각각 과거·현재·미래를 상징한다.

삼지창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천공(天空)의 신이자 벼락의 신인 제우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주무기 트리아이나(Triaina)이기도 하다. 포세이돈의 삼지창은 정확하게 ‘바람·비·구름’에 대응한다. 포세이돈은 외래신들이 그리스로 들어오기 전에는 대지의 신이었다. 외래신에 의해 바다로 내몰리면서 그의 삼지창은 오로지 ‘바람과 비와 구름’을 다스리는 무기로 전락한다.

그리스 신화가 힌두 신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증거는 인구어(印歐語)의 조상인 고대 그리스 어와 고대 인도에서 쓰이던 산스크리트 어의 친연관계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술의 신 디오뉘소스가 인도에서 그리스로 유입되는 과정에 이르면 그리스 신화에는 고대 인도의 종교 상징(예컨대 남근 상징인 팔로스)과 인도의 지명이 공공연히 등장한다. 그러므로 제우스의 벼락과 포세이돈의 삼지창 ‘트리아이니’는 인드라의 삼지창 ‘트리술라’와 무관하지 않을 개연성이 있다.

하지만 태백산(太白山), ‘한딙산’, 혹은 ‘한불산’의 신단수(神壇樹)인 ‘딙달’로 이 땅에 내린 환웅은 더 이상 천신 및 군신의 피붙이가 아니다. 환웅이 아버지 환인으로부터 받은 세 개의 천부인과 삼성신(三聖臣)은 아무래도 권능이 한층 축소된 인드라 삼지창(트리술라)의 변형인 것 같다. 일연 스님은 이 대목의 환웅 모습에서, 바즈라(Vajra), 즉 금강고(金剛金古) 중에서도 가지가 셋인 삼고(三金古)를 든 바즈라파니(금강신·金剛神)를 상상했는지도 모르겠다.

금강신이 든 금강고(금강 벼락) 역시 인드라(환인)의 삼지창과 무관한 것이 아니다. 인도는 고대에는 그리스에 신화의 상징 체계를 공급하기도 했고,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동정(東征) 이후로는 공급받기도 했다.

환웅이 삼성신을 거느린 전례를 좇았기 때문인가. 우리는 옛 이야기에 세 아들, 세 딸, 세 신하 등장시키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환웅의 삼성신은, 고주몽이 부여에서 고구려로 데리고 온 세 사람(오이, 마리, 협보)과 무관한 것인가. 그가 오던 도중 모둔곡에서 만난 세 사람(재사, 무골, 묵거)과 무관한 것인가. 김유신에게 고구려 첩자의 정체를 일러준 세 산신(나림, 혈례, 골화)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환인이 내린 세 개의 천부인은, 소지자가 여느 인간이 아니라 하늘로부터 내린 왕(천왕)임을 증거하는 증표다. 그것은 아무래도 공격 무기 혹은 직능신의 표상인 삼지창 같은 것이 아니라 천제(天祭) 지내는 대제사장(큰 무당)의 신분증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환웅이 최초의 무당이라는 명문상의 증거는 안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의 하강을 둘러싸고 있는 신화적 모티프에서 알타이 무속 신앙의 원리는 유추해볼 수 있다. 단군이 사후에 산신으로 화했다는 기록을 방증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김열규 ‘한국 신화와 무속 연구’) 세 개의 천부인이 무엇이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는 대목에서는 이견이 분분하지만 오늘날의 무구(巫具)를 청동기 출토품으로 실증할 경우 그것은 ‘거울(명두), 칼, 방울’이 우세한 것 같다. 이 세 무구는 알타이 무속 및 우리와 밀접한 신화 체계를 공유하는 일본 무속과도 거의 일치한다.

우리만 그랬던 것이 아니다. 세계의 신화가 관심을 두고, 노래하고 또 노래하는 것은 이 ‘3’이 지닌 신묘한 균형과 견제의 힘이다.

세 나라가 세발솥(정·鼎) 형상으로 벌려 서서 서로 균형을 잡고 서로 견제하는 것을 ‘삼국정립(三國鼎立)’이라고 하지 않던가. 신라·고구려·백제가 삼국시대를 열었고 통일신라·후백제·태봉국이 후삼국으로 이었다. 삼성신(三聖臣)이 지상에서의 통치 수단이었다면 세 개의 천부인은 천상과의 교통 수단이었을 것이다.

고대 중국과 우리 천제에 쓰이던 제기로서의 향로는 반드시 세 발 향로여야 했다. 그리스 신화 한 대목을 여기에서 또 들추어도 무방하다. 이름이 그리스 문자 델타(Δ)로 시작되는 도시 델포이의 신전 무녀는 ‘세발 의자(트리포우스)’에 앉아야 무신(巫神)의 신탁을 내릴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의 어부가 바다에서 건져올린 황금 세발 솥에는 ‘가장 현명한 철학자를 위하여’, 이런 명문이 있었다고 한다.

<작가 이윤기>

동방 한민족의 신교, 삼신상제님

1 태시(太始)에 하늘과 땅이 ‘문득’ 열리니라.
2 홀연히 열린 우주의 대광명 가운데 삼신이 계시니, 삼신(三神)은 곧 일신(一神)이요 우주의 조화성신이니라.
3 삼신께서 천지만물을 낳으시니라.
4 이 삼신과 하나 되어 온 우주를 다스리시는 통치자 하느님을 동방의 땅에 살아온 조선의 백성들은 아득한 예로부터 삼신상제(三神上帝), 삼신하느님, 상제님이라 불러 오니라.
5 동방의 한국은 본래 신교(神敎)를 닦아 상제님과 천지신명을 함께 받들어 온 인류의 제사문화의 본고향이니라.
6 한민족은 환국-배달-조선의 삼성조시대가 지난 후 열국시대 이래 중국의 한족(漢族)과 일본에 의해 역사가 왜곡되고 민족사의 뿌리가 단절되어 그 상처가 심히 깊더니
7 상제님께서 이 땅에 인간으로 강세하시니라. [道典 1:1]

* 참고: 「증산도 사상연구 제4집」9천년 역사의 뿌리를 찾아서, 「한민족 그는 누구인가」한정호저.

삼신상제님 신앙

  • 天(천일신: 天一神) - 조화신 → 성(性: 心)
  • 地(지일신: 地一神) - 교화신 → 명(命: 氣)
  • 人(태일신: 太一神) - 치화신 → 정(精: 身)

우리 민족은 환국(桓國)시대부터 우주의 주재자인 삼신 하느님을 신앙하였다. 한국, 한반도, 한글, 한복, 한식, 한옥 등의 '한'은 바로 '하늘'의 줄인 말이라는 것은 이미 앞에서 설명한 대로다.

신교(神敎)란 무엇인가? 신교는 이신설교(以神說敎)의 줄임말로서 '신으로써 모든 인간 교화의 중심을 삼는다'는 말이다.

(신교시대 소도의 상징이었던 솟대)

신교의 신앙대상은 '3신상제'였으며, 신교의 신앙의식은 생(生:봄), 장(長:여름), 염(斂:가을), 장(藏:겨울)에 부응하는 보은천리적 보본(報本: 은혜에 보답하는 뿌리정신) 제천의식이었다.

제천의식 장소는 아사달 또는 소도(蘇塗)라 하였으며, 이 장소는 성역으로서 도망자가 들어가면 체포할 수 없었다.

우리 민족은 태극의 원리에 의해 이 우주에는 인간계와 신의 세계가 병립함을 알았고, 인간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은 신(神)이 들어서(개입해서) 되는 것임을 올바르게 파악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 신 중에서도 인간과 신, 우주를 주재하는 최고의 자리에 계신 분을 '하느님'이라 불렀고, 한문으로는 '상제(上帝)' 또는 '삼신상제(三神上帝)'로 표기하였다.

'삼신상제'란 3신이 각기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상황에 따라 만물을 창조해 내는 아버지(父)의 역할인 조화신(造化神), 창조해 낸 삼라만상을 가르치는 스승(師)의 역할인 교화신(敎化神), 그리고 만물이 각자 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다스리는 군장(君)의 역할인 치화신(治化神)등 3가지 역할로 작용하여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우주의 창조법도(존재의 원리)와 구원의 법도(변화의 원리)가 모두 3수의 원리로 전개된다는 사실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