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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은 중앙亞, 日은 태평양… ‘안보 블록’ 기싸움

예언 전문가 2012. 5. 25. 11:04

中은 중앙亞, 日은 태평양… ‘안보 블록’ 기싸움

 
2012-05-25 동아일보
 

■ 中, 상하이협력기구 확대

내달 회의 터키-아프간 참석… ‘나토 대응조직’ 격상론 솔솔

중국과 러시아가 주축이 된 ‘상하이협력기구(SCO)’가 아프가니스탄과 터키를 끌어들이는 등 세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이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응하는 중앙아시아 국가블록화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홍콩 언론은 24일 다음 달 6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연례 SCO 회의에 아프가니스탄이 옵서버 자격으로, 터키는 대화 파트너로 참여한다고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은 최근 나토가 철군을 결정했고, 터키는 나토 회원국이라는 점에서 이번 회의가 SCO 영향력 확대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SCO는 2001년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이 만든 기구다. 서방과의 관계가 껄끄러운 이란 인도 몽골 파키스탄이 옵서버로 참석해왔다. 따라서 올해 회의에는 총 12개국이 참여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도 베이징에 올 예정이다. SCO는 이번 회의를 계기로 느슨한 지역 안보 협력체에서 경제·지정학적 동맹체로 격을 한층 높일 계획이다. ‘아시아판 나토’라는 시각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청궈핑(程國平)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23일 브리핑에서 “SCO는 (상설) 군사 기능이 없기 때문에 나토와는 비교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SCO는 2002년부터 정회원 6개국 전체가, 혹은 일부가 참여하는 군사훈련을 8차례 열었다. 4월 중국과 러시아가 서해에서 벌인 해상훈련에는 함정 20여 척과 병력 1만여 명이 참가해 주변국의 우려를 낳기도 했다. 청 부부장이 이날 “향후 20년 안에 SCO를 전통적인 안보 개념을 넘어서 더 큰 범위의 영구적 협력체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한 점도 결국 군사적 기능을 갖춘 반(反)서방 기구로 세력화할 것이라는 추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에 맞서기 위한 범국가 협력체를 염두에 두고 SCO를 키우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 日, 오늘 태평양-섬 정상회의

中견제 위해 파격지원 약속… 美첫 참가, 군사협력 논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25일과 26일 이틀간 오키나와(沖繩)에서 ‘태평양·섬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일본 정부가 태평양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1997년 창설해 3년마다 자국에서 열고 있는 이 회의에 이번에는 미국도 처음 참가해 해양안전보장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어서 중국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24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사모아, 파푸아뉴기니 등 태평양의 14개 도서국과 1개 지역 정상이 참가하는 이번 회의에서 노다 총리는 ‘자연재해 리스크 보험’ 개설을 제안할 예정이다. 재정기반이 약한 도서국이 지진이나 지진해일(쓰나미) 피해를 당했을 때 일본 정부가 내놓을 570만 달러(약 67억5000만 원)를 복구 자금으로 쓰자는 내용이다.

일본 정부는 3년 전에도 이 도서국들에 환경공동체를 결성한다는 명분으로 500억 엔(약 7456억 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일본이 이처럼 파격적인 선물을 내놓고 있는 것은 태평양 진출을 노리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회의 참가국은 작은 섬나라가 대부분이지만 군사전략적 가치가 큰 데다 해저자원이 묻혀 있는 이 국가들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모두 합치면 중국 육지 면적의 2배인 2000만 km²에 이른다.

후발주자인 중국도 2005년부터 2009년까지 6억 달러를 내놓으며 도서국을 공략하고 있다. 광물자원이 풍부한 피지가 2006년에 쿠데타로 호주 등 주변국의 외면을 받게 되자 2년간 1억6700만 달러(약 1977억 원)를 지원한 것이 대표적이다. 피지는 이번 태평양·섬 정상회의에 불참한다고 일본에 통보해 중국에 보답했다. 중국은 또 2010년 해군 함정을 파푸아뉴기니 등 3개국에 친선 방문하게 하는 등 태평양 진출의 교두보를 꾸준히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과 러시아도 선심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해 태평양함대 사령관과 함께 6일간 이 지역의 6개 도서국을 방문했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국무부 차관보 대리를 참석시킨다. 러시아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이 지난해 9월과 올 2월 잇달아 도서국 정상과 회합을 가졌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