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가 풀리는 '살아 있는 화석, 실러캔스'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표지에 신비로운 물고기가 등장했다. 얼핏 보아도 여느 어류와 달라 보이는 이 물고기는 실러캔스(coelacanth)이다.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는 두툼한 육질로 마치 다리처럼 보이고, 꼬리지느러미는 어디까지가 몸통이고 어디부터가 꼬리지느러미인지 구분이 잘 안 된다. 비늘도 다른 어류에 비해 크고 단단하여 갑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러캔스는 공룡이 지구상에 나타난 때보다도 1억5천만 년이나 앞선 3억7천만 년 전부터 이미 바다 속에 살고 있었다. 그 후 거의 모습이 변하지 않은 채 살다가 7천만 년 전에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는 공룡이 멸종했던 시기보다 약 1천만 년 정도 빠른 것이다.
지질학적 연대로 보면 고생대 데본기 후기에 나타났다가 중생대 백악기 후기에 사라졌다. 참고로 고생대와 중생대의 자연 환경을 살펴보자면, 고생대 데본기 전기에는 곤충이 나타났고, 중기에는 물고기가 번성하였으며, 후기에는 양서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생대 백악기 초기에는 침엽수림이 많았으며, 후기는 꽃이 피는 현화식물이 널리 퍼지고 공룡을 비롯한 많은 생물종이 멸종했던 시기이다.
멸종했다고 믿었던 실러캔스가 1938년 12월 2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차룸나 강 하구 인근 바다에서 저인망 어선의 그물에 걸려 잡혔다. 처음 보는 물고기가 있다는 연락을 받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스트런던 자연사박물관의 마저리 코트니-래티머(Marjorie Courtenay-Latimer)는 물고기 그림과 특징을 로드대학교의 어류전문가 제임스 스미스(James Leonard Brieley Smith) 교수에게 보냈다. 스미스 교수는 문헌을 찾아보고 독일 남부지방에서 발견된 1억4천만 년 전의 화석과 비교하여 실러캔스라는 사실을 알아내었다.
살아있는 실러캔스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는 순간이었다. 스미스 교수는 발견한 사람과 발견된 장소의 이름을 따서 이 물고기의 학명을 라티메리아 차룸니(Latimeria chaulumnae)로 명명하였다. 멸종된 것으로 알았던 실러캔스가 화석 어류와 비교하여 거의 외형적인 변화 없이 생존하고 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실러캔스를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부른다.
▲ 영국 옥스포드대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아프리카 실러캔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스미스 교수가 실러캔스를 두 번째로 찾은 것은 처음 발견된 지 14년이 흐른 1952년이었다. 그해 5월 20일 아프리카 남쪽 모잠비크와 마다가스카르 사이에 위치한 코모로제도 인근 인도양에서 실러캔스가 잡힌 것이다. 그 이후로도 코모로제도 인근에서 계속 잡히고 있으며, 지금까지 수백 마리가 잡힌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해양생물학자 한스 프리케(Hans Fricke)는 1987년과 1991년 잠수정을 이용하여 살아 있는 실러캔스를 촬영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는 수심 약 100~200m 사이에서 40여 마리의 실러캔스가 헤엄치고 있는 것을 관찰하였다. 2006년에는 일본 과학자들이 인도네시아 인근 바다에서 다른 종류의 실러캔스 수중촬영에 성공하였다.
우리나라에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있는 시월드 수족관에 몸길이 145㎝인 실러캔스 표본이 있다. 이것은 1985년 4월 14일에 코모로제도 부근 수심 160m 되는 곳에서 잡힌 것으로, 당시 코모로공화국에서 우리나라에 기증한 것이다.
실러캔스란 어떤 물고기인가? 물고기 종류 가운데 단단한 뼈를 가진 경골어류에 속하며 다 자라면 몸길이는 1.8m, 몸무게는 95㎏까지 나간다. 몸길이와 몸무게로 보면 건장한 체격의 인간만 하다고 보면 된다. 몸 색깔은 살아 있을 때는 푸른색을 띠며, 몸 전체에 불규칙한 반점이 있다. 실러캔스는 150~500m의 비교적 깊은 바다에서 산다. 동물분류학적으로 보면 육기어강(肉鰭魚綱) 총기어목(總鰭魚目) 라티메리아과 라티메리아속에 속한다.
실러캔스라는 이름은 스위스의 유명한 동물학자 루이 아가시(Louis Agassiz)가 영국 뉴캐슬 인근 고생대 페름기 지층에서 발견된 화석 물고기에 1836년 실러캔더스(coelacanthus)라는 이름을 붙인 것에서 시작되었다. 실(coel)은 그리스어의 비어 있다는 뜻이고, 아캔더스(acanthus)는 가시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이름은 제1등지느러미 가시 속이 비어 있는 것에서 유래하였다.
진화론자들은 육질로 된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로 보아 실러캔스가 어류로부터 양서류가 진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육지에 사는 네발동물의 원조가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 4월 17일자 네이처에는 이러한 진화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실러캔스의 유전체(genome) 분석 결과가 실렸다.
연구팀인 미국 시애틀 소재 워싱턴대학교의 생물학자 크리스 아메미야(Chris Amemiya)는 실러캔스가 사지동물의 진화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열쇠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실러캔스는 다랑어나 송어와 같은 어류보다도 사람이나 다른 포유동물과 더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러나 연구팀은 폐어를 비롯해 다른 동물의 DNA도 분석하여 폐어가 실러캔스보다 네발동물과 유전적으로 더 가깝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팀은 실러캔스를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부르지만, 이들이 진화를 멈춘 것은 아니라고 한다. 실러캔스의 유전자는 아주 천천히 진화하였기 때문에 아직도 초기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실러캔스가 살고 있는 심해는 환경의 변화가 거의 없고, 주변에 천적이 없기 때문에 자연선택 압력이 크지 않아 진화의 속도가 느리다는 설명이다.
실러캔스의 최초 발견 사실은 1939년 3월 18일 네이처지에 발표되었다. 그로부터 약 74년이 흐른 후 같은 과학저널에 유전체 해독 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실러캔스를 통해 그간의 과학 발전을 가늠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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