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성 지진은 먼 나라 이야기일까?
한반도 둘러싼 판에서 지진 잇달아
고대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인간들을 벌하기 위해 삼지창으로 땅을 두드려 지진을 일으켰다고 한다. 고대 중국에서는 용이 땅을 흔들어 지진이 생긴다고 믿었으며, 인도에서는 지진을 일으키는 것이 코끼리라고 생각했다. 또한 시베리아 지역에서는 땅 속에 사는 큰 개가 일으킨다고 믿었고, 중세시대 이탈리아에서는 뱀이 지진을 일으킨다고 믿었다.
지구 내부의 층 구조와 운동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옛날 사람들은 이처럼 지진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상당히 엉뚱한 상상을 했다.
과학자들이 지진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한 출발점은 1755년에 발생한 세계적인 대지진 때문이었다. 그해 11월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는 대지진이 일어나 6만명이 죽고 여진으로 그 부근의 유럽 여러 나라에서도 피해가 이어졌다. 이 지진은 쓰나미로 불리는 지진해일까지 동반해 사람들을 더욱 공포로 몰아넣었다.
바로 그 무렵 미국 보스턴에서도 큰 지진이 일어나 주변 지역에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이후 이 같은 재앙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해야 한다는 순수한 목적 하에 지진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지진학이 태동한 것이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흐른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지구 표층의 운동을 설명하는 판구조론이 나오고 나서 지진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밝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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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1일 기상청 국가지진센터의 컴퓨터 화면에 표시되어 있는 전남 신안 해상의 지진 진앙지. ⓒ연합뉴스 |
지난 20일 중국 쓰촨성 야안시 루산현에서 발생한 규모 7.0의 지진으로 현재 220여 명의 사망자 및 실종자가 발생했으며 1만2천여 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인도-호주판과 유라시아판, 필리핀판, 태평양판 등에서 최근 잇달아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쓰촨성 지진 다음날인 21일 오전 8시 21분경 전남 신안군 흑산도 북서쪽 해역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그로부터 약 4시간 후 일본 혼슈섬 남쪽 해저에서도 규모 6.1의 지진이 발생했다. 같은 날 대만의 동부 해상에서도 규모 5.0과 4.8의 지진이 연이어 발생했다.
쓰촨성 지진이 일어나기 전날인 19일에는 일본 북부 쿠릴열도에서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24일에는 아프가니스탄 동부에서 규모 6.2의 지진이 발생해 최소 11명이 사망하고 가옥 100여 채가 파괴되었다는 소식이다.
지진 연구, 더 많은 노력 필요해
이처럼 연이은 지진 소식이 전해지자 이들 지진이 과연 연관되어 발생한 것인지와 한반도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한가 하는 궁금증이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먼저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이 쓰촨성 지진의 영향으로 발생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간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한국과 중국은 하나의 유라시아판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인도판이 유라시아판을 밀고 올라오면서 생긴 장력으로 쓰촨성 지진이 발생한 것처럼 전남 신안의 지진도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지리적으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며, 지진의 원인도 제각각이므로 서로 연관된 지진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신안 앞바다의 지진은 짧은 활성단층의 활동과정에서 생긴 단발적 지진이라고 보는 견해가 그런 경우에 속한다.
최근 미국 지질조사국의 톰 파슨스 연구원이 ‘뉴사이언티스트’에 게재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 같은 양쪽 주장이 모두 옳다. 그는 1979년 이후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발생한 규모 7.0 이상의 지진 260건을 분석한 결과, 대형 지진이 발생했을 때 지각판이 다른 먼 지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서로 연관성이 있는 지진이라 할지라도 지진파가 피해 지역을 지나간 지 최소한 9시간 이후에 벌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직접적인 영향이 있었는지에 대해 확증하기는 어렵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큰 지진이 일어났을 때 다른 지역이 영향을 받을 확률은 2%에 불과했다.
즉, 큰 지진이 발생한 후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지진의 경우 서로 관련된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 현재까지 과학이 알아낸 사실의 전부인 셈이다.
이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지진 분석에만 많은 시간이 노력이 필요하며 단시간에 원인 파악이 힘들므로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반도는 이례적 지진 빈발 사례의 대표 지역
그럼 과연 한반도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한가? 우리나라는 지각판의 경계인 일본이 앞에서 막아주고 뒤에서는 중국이 지각판의 힘을 해소하는 중간 지점에 위치하므로, 지진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판이 직접 부딪히는 지각판의 경계에서는 큰 지진이 일어나지만 경계 안쪽에 위한 우리나라의 경우 큰 지진이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것.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안전한 것은 아니다. 지진을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가 과거에 어떤 지역에서 커다란 지진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였는지를 알아내 앞으로 그 지역에서 비슷한 크기의 지진이 어떻게 일어날지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1643년 6월 9일자의 인조실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전국 각처에서 지진이 있었다. 서울에 지진이 있었다. 경상도의 대구, 안동, 김해, 영덕 등 고을에도 지진이 있어 봉화도와 성첩(성 위에 낮게 쌓은 담)이 많이 무너졌다. 울산부에서는 땅이 갈라지고 물이 솟구쳐 나왔다. 전라도에도 지진이 있었다.”
이날 울산 근처에서 일어난 지진에 대해 현대 과학자들은 진도 10, 규모 7.0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에 쓰촨성에 발생한 지진이 규모 7.0이니 그 파괴력이 어땠을지는 상상에 맡긴다.
1518년(중종 13년)에도 큰 지진이 일어나 전국 팔도의 집과 담, 성첩 등이 무너졌으며, 한양 사람들도 놀라고 두려워서 어찌할 바를 몰라 집 밖에서 자면서 집에 돌아갈 생각을 못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 초기부터 중기 무렵까지 약 400여 년간은 한반도에서 이례적으로 지진 활동이 매우 활발히 일어난 시기이다. 미국의 지진학자 찰스 리히터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 시기의 한반도를 지진활동이 낮은 지역에서 이례적으로 지진이 빈발했던 예로 들기도 했다.
또한, 779년 4월 경주에서도 땅이 흔들리고 가옥이 부서져 죽은 자가 100여 명이나 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 경주 지진은 진도 9, 규모 6.6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서기 2년에서 지진계를 사용해 지진을 관측하기 전인 1904년까지의 자료를 보면 한반도에 약 2천회 정도의 지진 기록이 나타난다. 그중 진도 7 이상의 지진만 해도 40회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지진이 무서운 것은 현대 과학으로도 전혀 예측할 수 없으며 단 한 번의 발생만으로도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예전 기록으로 보나 지진의 속성으로 보나 우리도 지진에 대한 대비책을 좀 더 철저히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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